인상석 등

어머니의 외출

산은 산 2018. 12. 27. 16:39

연천 임진강(2018.12.25): 20-30-15


어머닌 결혼식이나, 상견례 등 특별한 날이면

족두리를  하셨다.

 

 

 

 

의걸이 아래쪽에는 좌우로 여는 문짝이 달려 있는데, 그것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족두리가 하나 얌전히 놓여져 있었다. 거죽은 검은 비단으로, 안은 자주색 헝겊으로 받친 그 족두리에는 산호와 밀화(蜜花)로 만든 구슬들이 수놓여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족두리를 언니에게 씌워 주고 싶어 잘 간수하셨겠지만, 나는 파랗고 하얀 구슬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보기 좋아 몰래 꺼내 보곤 했었다. 그 의걸이에 지금은 어머니의 한복을 넣어 두었다.


 어머니의 방에는 어느 생신날 선물로 받은 경대도 놓여 있다. 경대 서랍 속에는 어머니의 머릿기름이 묻은 얼레빗과 참빗, 그리고 흰머리가 섞인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봉지에 들어 있다. 그리고 은비녀와 돋보기와 염주도 보인다. 평생 쪽만 찌신 어머니는 은비녀를 윤나게 닦아 꽂으셨는데, 지금은 까맣게 색이 죽었다. 돋보기는 소설책을 읽을 때 끼신 것이고, 염주는 손자들 대학에 붙게 해 달라고 빌면서 굴리신 것이다.


출처: http://essayistclub.or.kr/49m05.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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