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석 등
아버지의 세월
산은 산
2016. 7. 27. 11:54
임진강 우정리(2016.07.24): 13-35-13
바다는 아버지의 것이었다
청하 권대욱
푸짐하던 햇살
그리 고운 한낮에는
그저 눈만 찌푸리면 되었고
부끄러운 하늘 바라봄이 없어 좋았다
긴 날들의
여명에서 석양까지의 그 바다는
다만 넓디넓은 아버지의 밭이었고
눅눅한 세월의 갈무리 터였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누릿한 땀이 녹아있어
조금은 짭조름하고
먼 밤을 걸어가다 쉬어가는 등댓불의 허상도
이제는 모두 바다의 것이리라
제비 같은 지저귐이 삶의 무게에 얹혀지고
여명을 벗 삼아
만선 소망 그리지마는
일렁이던
그 바다의 바닥까지 닿은 고통의 무게 눌림이
아버지의 것, 바로 내 것이었다
가물거리는 수평선이 부르던 날
구름 빛은 머물 곳이 없어지고
물빛 닮은 긴 장화에 스며든 체액은
내 삶의 끈적임
이제 짊어진 삶의 무게는
밤바다의 별들에 실리고
청춘의 그 긴 세월은
은빛 너울에 묻혀만 가버린 날
여전히
바다는 아버지의 것이었다.
거래처 이사님으로 만나
15년여 고객이자 형님이었지만,
수평선이 부르던 날
시집 몇 편 내놓으시고
아버지의 바다로 가신 님이
무척 그리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