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 2014. 3. 14. 13:54

 

여주은모래(2010.07.04): 16-12-2

 

 

신랑신부가 초야 의식을 마치고  이불 속에 역사가 이루어지는 광경을 토끼가 귀를 종긋 세우고 엿보고 있는 모습을 희화한 것 같다.

 

 

 

 

첫날밤

 

 

                          공초 오상순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져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다 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생모 현빈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침침히 깊어 간다.